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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am . 적어도 한시간 전부터 멀리서 번쩍 그리고 또 한참 있다 번쩍거리던 하늘이 점점 가까이 번쩍 거릴 때까지도 나는 그냥 앉아서 보고 있었다. 마침내 내 예상대로 혹은 기대와는 반대로 베란다를 때리는 폭우에 강풍 그리고 요란한 천둥에 번개가 '내가 아까부터 예고 했잖아'라며 쏟아부었다. 막 굿나잇 인사를 한 짝꿍이 생각 났고, 아부지가 떠올랐고, 엄마도 그리고 동생도 생각이 났다. 내일이면 까마득히 잊을 자연이 주는 겸허한 시간. #home 더보기
커피단상 . 커피를 잘 마시고 싶지만 카페인 민감형인터라 집에서 커피를 내려 먹는 일이 거의 없다. 하루에 한잔 정도 마시는거 기왕이면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마시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하고. 만나는 친구가 커피를 좋아해서 요근래 아침이면 이렇게 커피를 내려주는데 꽤 즐겁다. 이번 주말 그 사람이 부모님댁에 가게 되어서 그동안 먹으라고 빵을 사준 것도 있고, 혼자 커피를 내려 보았는데 역시나 기쁘게 커피를 마셔줄 사람이 없으니 재미가 없다. 두달이 넘어가는 동안 매일 만나다가 이틀을 못 보니 허전하다. 그렇다고 매일 특별한 뭔가를 하였다기 보다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거나 시간이 좀 더 되면 같이 밥을 먹거나 하는 서로의 일상에 공유되는 시간을 늘리고자 했던 것 같다. 예전의 나는 연애를 해도 일주일에 하루 또는 이틀.. 더보기
D-24 . 3년전 유디렉과 내가 같이 토끼바에서 일하던 시절 그러니까 2013년 초여름인가 초가을인가 두분이 처음 오셨던걸로 기억한다. 아니 아마도 두세번째 방문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두분을 알아보고 인식하기 시작한건 중년의 남성 두분이 주중 비슷한 요일에 비슷한 시간 한가한 토끼바에 들어와 어김없이 올드파를 주문하였기 때문이다. 중년의 남자 둘, 올드파라는 위스키. 당시 토끼바에서 위스키를 주문 받는 일이 흔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그 평범하지 않은 손님들을 기억할 수 밖에 없었고 젠틀한 두 중년남자 손님의 젠틀한 음주습관과 우정을 남몰래 흠모하며 '올드파 손님'이라는 별칭을 붙여 불러왔다. 그 후 3년 동안 올드파 손님은 한결 같이 한달에 두어번씩 찾아오셨다. 한번도 올드파 외에 다른 술을 찾.. 더보기
11:45pm . sns는 쉽고 달콤해 하지만 잡으려면 잡히지 않지 쓰고 어렵지만 아직까지 진짜는 밖에 있다 는걸 느끼게 되지 그저 달기만 한 것들에 질렸을 때 라고 #sns 를 #하네? #hello_dear_insta_people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