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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바



이제 토끼바와 아름답게 이별합시다.

토끼바는 2012년에 유디렉이 혼자 터를 잡아 시작하였고, 3년 전 오늘 2013년 2월 23일은 제가 합류하여 토끼바 리뉴얼 파티를 한 날입니다. 토끼바가 연남동에 자리를 잡은지는 얼추 5년째가 되었습니다.

지난 연말 높은 임대료 인상이 있었습니다. 5년간 연남동 늘 같은 자리에서 명절 빼곤 일년 365일 문을 열어 놓았던 토끼바였습니다. 돈이야 안타깝더라도 인건비 줄이고 내가 더 일하고 아껴 쓰면 되니까 큰 고민 하지 않고 재계약 했습니다.

그렇게 4개월이 흘렀고, 토끼바를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부동산 사장님들이 그러시더군요. 토끼바 마저 나가면 어쩌냐고. 저도 그런 마음이었지만, 재계약 후 4개월 동안 가게를 지키다 보니 동네는 변하고 사람도 바뀌었는데 토끼바가 여기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더군요. 한집 건너 한집이 매일 뜯겨져 상가로 바뀝니다. 이집이 끝나면 옆집이 뜯깁니다. 돈이 들어오고 사람들은 나가고 거리는 복잡해졌지만 저의 출퇴근길은 황량하기만 합니다. 매일 황폐해진 마음으로 가게에 앉아 지난 4년간 토끼바를 찾아주고 좋아해주었던 사람들, 함께 일했던 친구들, 인사하고 안부 묻던 동네 사장님들을 생각하다보면 그래도 힘을 내야지 했다가 가게를 나서면 다시 허망해지기의 반복이었습니다.

매일 변한다는 홍대, 십수년째 변하고 있는 홍대가 좋았고 그곳에서 장사라는 걸 한지 7-8년째 돌아보면 즐겁고 좋은 날들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능동적이고 계속 변하는 공간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변함 없이 한결 같은 곳을 그리게 되더군요. 그래서 토끼바도 이제는 그만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멈추면 밀려나는, 한결 같음이라는 가치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 홍대니까요. 그런 가치는 그런 장소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일이라는게 예측불가능 하지만, 경험상 아무리 빨라도 2-3개월은 걸릴테니 5월까지는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때까지는 정상대로 운영할 예정이니, 토끼바에 대한 아쉬움은 함께 마지막 추억 만드시면서 좋게 마무리 했으면 좋겠습니다.

돌아보니 토끼바에 남는건 사람뿐이더군요.

그동안 주신 관심과 사랑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