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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단편들

오래된 책들을 내다버리다, 그리고 아버지 가게 오픈과 우기로 인해, 카오스 말기에 접어든 방 청소를 마쳤다. 하다보니 가구이동과 책장정리까지 3시간이 훌쩍 넘어버렸다. 마음이 상쾌하다. 청소도 청소지만, 3단책장 하나 가득찬 책들 하나도 남김없이 내다버렸다. 책이라기 보단. 토익, 토플, 한국어능력시험, 한자능력시험, 정보처리기사, 컴활, 그리고 각종 상식과 전공수험서, 여러 스크랩과 출력물 등.등.등.등. 대학졸업즈음부터 졸업 후 몇년 간, 줄곧 잡고 살았던 그것들. 버리려고 하나씩 꺼내다보니, 나도 사회에서 말하는 꽤 스펙이 괜찮은 놈이다. 이젠 나이에서 먼저 걸러지겠지만. ㅋ 2년 전 지금 집으로 이사오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끙끙대며 고스란히 가져왔던 것들을. 왜 오늘 정리할 마음이 생겼을까.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버리고나니 마치 언.. 더보기
복싱 3년차가 말하는 복싱 지금은 몸 여기저기가 조금 고장나서 쉬고 있지만, 나는 복싱 3년차다. 복싱은 상당히 과격한 운동이다. 링 위에서 상대를 쓰러트려야하는 격투기다. 때문에 복싱을 오래, 애정하며 하다보면 몸 여기저기에 적신호가 온다. 허리, 무릎, 어깨 관절에 이상이 오고 늘 근육통에 시달린다. 그것이 복싱이다. 요즘에 복싱을 생활체육으로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시작은 그랬다. 언론에서 다이어트에 좋다며 복싱을 소개하기도 하고, 실제로 많은 복싱체육관에서는 생존을 위해 또 복싱의 새로운 돌파구를 위해 생활체육으로서의 복싱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적당한 이슈가 되었고,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체육관을 찾고 있다. 내가 다니는 대성체육관은 홍대에 있다. 홍대라는 특수한 지역에 있으면서도 우리 체육관에는 나름 예전 방식을.. 더보기
학교 도서관에서 정문으로 가는 길. 나에게도 집과 도서관만 반복하던 시절이 있었지. 이 길을 매일 아침, 밤 걸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순간이 지금 내 안에 남아 있을까.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바다 썰물이 으르렁 거리며 무섭게 들어오고 있었다. 위태롭게 물거품을 맞으며 돌로 된 계단을 하나씩 올랐다. 바람이 휘청 불고, 시야가 탁 트였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멋진 바다를 여기 둔거야." 라고 물었다. '누가 둔 게 아니라, 늘 여기 있던 거야' 라고 대답이 돌아왔다. 발 밑에서 새끼 손가락만한 망둥어가 아래로 뛰어 내렸다. 더보기
여기 있지만 공간이라는 게 참 오묘하고 우습다. 잠깐 있었을 뿐인데, 문든 찾아드는 시간을 넘어드는 감정이 온몸을 흔들기도 하니까. 하고. 매일 밤 라인강 가를 뛰었던 게 나였다는 기억이 나를 깨운다. 나는 여기 있지만. 더보기
쉽게 바뀌지 않는 것들 결국. 2년 간의 좌식생활은 실패로 종결됐다. 최소한 작업공간만은 입식으로 회귀하기로 했다. 입식 책상 앞 의자에 앉아 모니터와 오른쪽 창을 보고 있으니 지난 2년간 내가 왜 고관절통증을 얻으면서까지, 그 고생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나 편한데. * 어제는 주문한 책상과 의자가 왔고. 하루종일 이사 아닌 이사를 했다. 책상. 의자 하나 더 들어왔을 뿐인데, 기존의 것들의 위치가 바뀌고 구도가 바뀌었으며 결정적으로 방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우선 기존의 objects를 방 한가운데 죄다 끌어다 놓았다. 그리곤 그 카오스 속에 가만히 서서 멍을 좀 때렸다. (그 사이 화장실도 몇 번 갔다오고, 전화도 받고, 마트가서 청소에 필요한 것들을 사오고, 밥도 먹었다) 방은 유기체적이다.라고 나는 믿는다.. 더보기
날씨가 좋구나 지금 내 삶은. 모두가 부러워하지만, 사실 아무도 하려하지 않는 삶. 그나마 다행인 건. 이유없이 웃음 실실나는 오늘같은 날이 있어서. :D 더보기
암흑기 홀로 트윗에 앉아서 며칠전 갑작스런 트윗 암흑기 도래로 인해. 트윗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 졌을 때. 이렇게 가버리면 나의 팔로잉과 팔로우로 이루어진 온라인 세상이 휙 아무것도 아닌게 되버리는구나. 란 생각을 하게됐다. 앞으론 더 가까워지되 더 가벼워져야지. 갑자기 세상이 꺼져버려도 담담할 수 있게 말야. 더보기
해도 되겠어 오늘 과천까지 장거리 스쿠터기는 만족스러웠다. 머릿속에 어렴풋했던 계획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하지만 사실 공식은 이랬다. if today is good = go! if today is bad = go! 외투 없이도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날씨가 더 따뜻해지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않으면서. 다 버리고 돌아오고 싶다. 더보기
반복 학습 푹풍트윗 뒤의 공허함이 뭔가 단 것을 생각나게 한다. 영혼의 결핍을 물질로 채우려는 시도가 의미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천년간 반복해온 앞서 간 조상들처럼 허겁지겁 입으로 밀어 넣고 닥치는대로 눈과 귀를 사치스럽게 채우는 짓. 을. 하다보면. 수천년 동안 썩어 풍화되버린 육체. 그 말라비틀어져 근본조차 남지 않은 정신이 반복과반복과반복 속에. 망령처럼 마른 바람이 되어. 입술을 타고 영혼까지 메마른 사막으로 내동댕이치는데. 한다는 건 고작. 혀의 침으로 깔짝깔짝. 갈라진 입술을 적시는 일 뿐. 더보기
법정스님 입적 모처럼 하늘이 푸르구나. 스님의 열반소식을 들었다. 책장에서 를 꺼내 앞장에 볼펜으로 또박또박 적는다. '2010. 3. 11. 법정스님 입적.' 그리고 23 쪽부터 시작하는 무소유를 한번 더 읽는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물건 뿐 아니라 마음을 얻는 일도 마찬가지일터. 어제 깨달았던 끊임없는 갈증에 이르는 길이 무소유를 통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오늘 희미하게 느낀다. 미묘하다. 더보기
어쩌면 내가 미치도록 갈구하는 것이 갈증.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탄탈로스와 시지푸스의 운명을 본다. 더보기
무식한 놈 영화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비평이나 해설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큰 장르는 미술이다. 자신에 가득찬 사람의 해설을 읽다 보면 심지어 어떤 그림의 붓터치하나. 줄 하나를 잡아들고 "작가의 계획"이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나로선 받아들이기엔 아직 무리다. 작품의 작가가 직접 해명을 한다해도 "정말 그 때 그런 마음과 감성으로 그린 거냐"고 핏대를 세울 판에. 관계 나이한. 다른 사람의 말이 곧이 곧대로 들릴리 없다. 피카소를 모르고도. 마드리드 국립소피아왕비예술센터에서 만난 "게르니카" 앞에서 목이 메이고. 니스에 머문 3일동안 매일 샤갈 미술관을 찾아가 반나절씩 앉아 있게 만들었던 '무엇'만을. 굳게 믿는 멍청하고 무식한 나란 놈.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알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부분도 .. 더보기
사과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어두운 골목. 차가운 백열등 걸린 1톤 트럭 한가득 사과다. 지저분한 모자 아래 희끗한 머리. 두꺼운 항공잠바 움츠리고 쭈그려 앉아. 남자 사과를 씹고있다. 눈을 내리깔고. 느리게. 으적. 으적. 내 품의 봄이. 부끄러워 달아났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way back to the origin 원래 이렇게 착한 사람이 아닌데. 다시 나쁜 놈으로. 더보기
고약한 취미 나에겐 남들이 알면 조금은 혐오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를(그러나 나는 태연자약한) 악 버릇이자 취미가 있다. 바로. 먹고 남은 여분의 음식물, 주로 과일이나 채소 혹은 잘 썩지 않는 음식물들을. 방치. 하는 것이다. 이게 고약한 버릇이란 걸 알게 된 건. 최근이다. 누군가 집에 먹지 않는 삶은 고구마가 5일이나 그대로 있다고 하길래. "아무 생각없이 우리집엔 3주된거 있는데"라고 했는데. 모두가 뜨악한 눈으로. 그래서. 귤 하나도 책상에 한달 째 앉아 있고. 음식수납장에 서너개 남은 생감자들는 봉지를 뚫고 가지를 뻗치고 있으며(가지가 뻗어가는만큼 몸뚱이는 작아지는 걸로 자가영양분공급이 아닐까). 어제는 탁구공만하게 쭈글어들어 미니어쳐가 된 사과 하나(처음엔 주먹보다 조금 컸으나)를 결국 버렸다고. 그리고 마.. 더보기
씬 하나 추가 어제. 한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 손님없는 밤 일찍 카페문을 닫은 형님도 함께. 차마시 듯. 술을 들고 두런두런. 오늘 새벽까지 담소를 나누는데. 카페야외테이블이나, 그 앞 골목이나, 옆 거리나, 부드러운 공기가 가득 찬. 그래서 하릴없이 그 앞에 서다 거닐다. 이야기를 하다 마시다. 봄인지. 몽상 때문인지. 마치 달 뜬 사람처럼 웃음이 실실 났던 날이었다. 더보기
영화를 보고 생각을 말하는 것 뭐든 직접해보지 않도고 말하기는 쉽다. 웃긴 건. 직접 발을 담가도 말하기는 여전히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달라진 건 분명히. 있다. 평론가들은 그 일을 계속하려면 직접 만들 생각은 말아야 한다. 고. 생각한다. 더보기
한 줌 어쩌면 바닥에 떨어지는 햇빛 한 뼘. 가끔 올려 볼 수 있는 한조각 별 촘촘한 밤하늘. 시원한 바람 한 모금. 그게 다 일지도. 더보기
약국이 있던 자리 약국에 갈 일이 생겼다. 우산을 쓰고 바로 앞에 새로 생긴 곳으로 갔다가, 예전 살던 동네 약국이 생각났다. 할아버지가 늘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TV를 보고 있던 곳. 약국인데 들어가면 한약냄새가 났다. 나 어렸을 때처럼. 걸어서 한 10분 정도면 가는 곳이라 산책 겸 걸었다. 다 왔는데 약국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 바뀌었는지 떡볶이 집이 덩그러니. 어쩔까 그 앞에서 서성대다가. 돌아가기 보단 계속 가보기로 했다. 약국이야 또 있겠지. 한참 걸어서 어느 약국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결국 버스를 타고 다시 집 앞으로 와서 새로 생긴 약국에 갔다. 남는 이야기. 아 통화 오래하기는 너무 어렵다. -_- 더보기
나열된 것들의 관계 긴 머리를 잘랐다. 머릴 묶던 작은 고무밴드들은 다시 당분간 여기저리로 숨어들 시간이다. 미련 같은 건 없다. 3개월이면 다시 길테니까. 신봉선이 있었다. 실물은 그렇게 못생기지 않았고 보통이었다. 얼굴도 평범한 크기였다. 메이크업의 힘인가. 뒤뚱거리면서 걷는 건 일부러 그런건지 알 수 없었다. 요즘 연기하는 지인들 덕분에 대학로에 자주 간다. 호강이다. 연극 를 봤다. 웰 메이드. 근래 봤던 연극 중. 여러모로 인상적이고 만족스러웠다. 이번처럼 주연은 아니지만, 나를 부른 연기자가 단연 빛났던 연극도 드물다. 박신양이 내 앞에 앉아 있었고. 끝나고 보니 나를 부른 연기자의 선배로 왔다. 박신양은 머리가 굉장히 컸고 등치가 있었으며 키는 작았다. 나를 부른 연기자는 키는 작았고 외소했으며 머리는 박신양의.. 더보기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 난찾아먹는타입은아니다 다만활동범위내에손닿는곳에있는녀석들은정줄놓고초토화시켜버린다 그런데모니터옆에서있으면서도아직살아남은녀석이있다 와사비땅콩한캔. 더보기
조잡한 인생설 혼자 가는 거다. 옆에 같이 걷고 있던 사람이 조금씩 벌어져. 그래서 먼지보다 작아져 보이지 않아도 떼쓰지 않고 싶다. 갑자기 누군가 등에 달라붙어도. 밀어내지 않고 싶다. 내가 처음 두려움에 떨며 젖은 땅에 발을 내딛었을 때. 그 사람이 옆에 있었던가. 결국에는 내가 다시 흙으로 고꾸라질 때도. 그가 뒤에 붙어 있을까. 과거가 미래로 가는 어떤 대열에 나는 떨어졌을 뿐. 미래가 과거가 되어. 모든게 다시 희미해질 때까지 단지. 겹치고 엇갈리고 나란히 섰다 붙었다 갈라지고 엉켰다 풀어질 뿐. 아닌가. 더보기
유치찬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좋아한다. 언젠가 누가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고 에드워드 호퍼가 생각난다고 했을 때, 내색은 전혀 안했지만. 뛸 듯이 기뻤다. 유치하지만 그렇다. 더보기
없는 남산 식물원에 갔다. 남산타워가 있는 꼭대기보다 남산도서관 뒷 쪽 식물원이 있던 터가 더 좋다. 어쩐지 아래서 올려보는 남산타워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 때문. 예전엔 식물원과 함께 동물원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작은 동물우리?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 사라졌다. 눈에 안보이면 마음에선 멀어질지 몰라도. 기억은 치워지지 않고 남는데. 그래서. 서글픈 마음이 예고없이 찾아 들곤 한다. 묶은 머리 적응기간. 더보기
메롱이다 나만의공간이없어질지도모른다는불안은때때로나를미치게한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내가 쓰레기를 버리는 이유 마음이 복잡하고 지저분할 때. 사람들은. 방청소를 하거나, 책상을 정리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쓰레기를 모아 내다 버린다. 이런 비유적 행동들이 마음을 정리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더보기
엇갈려 달린다 밉게 녹은 눈 사이로. 선로가 누워있다. 그위로 전철이 포개지고. 사람들은 밖을 보지 않는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쿨하게 아프기 나도 잘 안아프다가 한번 아프면 사경?!을 헤메는 사람 중 한명이다. 아팠다 하면, 응급실이다. 아마도 평소 몸 상태에 둔한 편이기 때문인 듯. 가장 심했던 적은 논산훈련소에서 기초훈련을 마치고 성남에 있는 헌병학교로 왔을 때. 대인배 분대장이 오자마자 "디스" 두 보루를 던져준 것에 감동해 긴장이 풀어진 탓이었는지 바로 몸살감기에 걸렸던 때인 것 같다.(나중에 독감으로 밣혀졌지만) 근 일주일을 조교들이 밤낮 할 거 없이 수시로 의무대로 날 들쳐업어 날랐다. 그들은 이마에 달걀프라이를 해도 될 것처럼 끓어 오르는 열로 인사불성인 내가 행여라도 죽을까봐 노심초사했다. 특히 휴가 나갈 때 파스나 훔쳐 나가는 의무대 멍충이들에게 "신비의 명약' 타이레놀도 안 먹히는 난 재앙이었다. 열로 열반의 경지에 올라 헛.. 더보기
말하기의 힘겨움 확실히 나는 말로 사람과 소통하는데 있어 불편함을 느낀다. 내 뇌속에는 언어 보다는 이미지가 늘 범람하고 있는 탓이다. 외부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것 뿐 아니라. 내부에서 솟아나는 감정과 생각들 모두가 어떤 이미지다. 그렇다보니. 그것들을 말로 설명하는데 있어 곤란함을 느낀다. 특히 나만의 이러한 체계로 삶을 사는데 있어 가장 힘든 건. 음성을 통한 말이라는 소통도구를 사용한 사람과의 대화다. 때때로. 아니 자주 나는 내 입에서 나온 말들이.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것에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 물론 그런 말을 듣고 있는 상대 역시. 내가 전하고자 하는 thing을 당연히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걸 보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다. 확실히 언어는 완벽한 소통도구가 아니다. 특히 나 같은 사람에게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