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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사랑을 노래하지만, 자유를 엿보다. <러브 송 : love songs> ★★★★ 혼자였으면 좋았을 걸. 로맨스 영화는 혼자 봐야 제 맛인데. 모처럼 상상시네마에, 사람이 좀 찼다. 그래봐야, 고작 열 댓명. 아마도 의 '테오'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루이스 가렐은 뮤지컬 영화 에서도 어김없이 깊은 눈빛과 경박스럽지만 사랑스러운 몸짓으로 관객들을 끌어 당긴다. 칸을 비롯한 여러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은 만큼. 요즘 이상한 영화들로 가슴이 척박해진 사람들에겐. 촉촉한 비와 같은 영화가 될 것 같다. 시 같은 대사. 그리고 그 대사를 읆조리듯 노래하는. 과장되지 않은 장면과 감정. 그 모든 것들이 어색하기보단 자연스러운. 영화. 쇼같은 헐리웃 뮤지컬 영화보다 프랑스 뮤지컬 영화가 좋은 이유가 아닐까. 요즘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서인지. 내용보다는 영화 속 파리의 자유로.. 더보기
우주보다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 <아바타> 아바타3D. 이 감당할 수 없는 상상력 어쩔. 마치 상상력의 신세계속 폭포를 맞고나온 기분이다. 영화속 제이크가 아바타와 현실에서 헷갈려하듯 3시간의 관람으로 나 또한 한동안 후유증이 있지 않을까. 기술적인 면 뿐 아니라 다른 모든 부분에서 압도당했다. 상상력. 그 곳에 한계는 없다. +그나저나 제이크가 이크란과 첫교감을 하는 장면은 어찌나 감동적이던지.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위너의 품격 : <거북이 달린다> ★★★ 최민식 - 송강호 - 차승원 - 등등등등등 (기억도 안나고 찾아보기도 귀찮아 대충 얼버무리기 -_-;;;) and 김윤석 - 배우가 갑자기 훅 뜨면, 그 즈음에는, 아무 영화나 찍어도 본전 이상은 한다. 란. 공식이. 충무로에 있는게 분명하다. 관객들은 훅 뜬 배우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로 영화관으로 향하고, 영화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별로 좋지도 않다. 그러니까 내말은.. 거품이 낀게 보인다는. 오직 훅 뜬 배우 하나만을 믿고 절묘한 타이밍에 맞춰 적당하게 만든 영화들이 찾아보면 의외로 많다. 이번엔 김윤석이다. 영화 제목도 마치 대기만성한 배우 김윤석의 성공스토리를 말하는 것 같다. 당연히 감독이 누군지는 아무도 모를터. 밝혀드리겠다. 감독 : 이연우 출연 : 김윤석. 정경호. 견미리.. 더보기
그리고 사정없이 2배속 : <피도 눈물도 없이> ★★★ 어쩐지. 코엔형제라던지. 쿠엔틴타란티노라던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액션만은 역시 류승완임에 틀림 없다. 감칠맛나는 다양한 중노년 배우들의 연기. 전도연의 콧소리가 젊었을 때. 정재영. 이혜영. 그리고 이제는 류승완의 페르소나가 된 듯한 정두홍. 초반 30분은 호기심과 스피디함에. 중반 30분은 액션. 우스개 씬에. 유쾌하게. 후반 30분은...... 2배속으로 돌려봤다. -_- 아 마지막은 지겨웠다.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끌어낸 영화는 드물 듯. 그럼에도 류승완은 만년 기대주. ;; 감독 : 류승완 출연 : 전도연. 이혜영. 정재영. 류승범. 신구. 백일섭. 정두홍. 더보기
정지훈은 안 보였다 : <닌자 어쌔신> ★★★ 닌자 어쌔신 영화홍보에서 내가 듣고 볼 수 있었던 것은 비 헐리웃영화 한국인 최초 주연 워쇼스키형제 였다. 한국 일본 중국 동아시아를 넘어 약간의 미국팬을 가지고 있는 동양인에 대해 투자가치를 따져본 결과 본전이상은 하겠다는 상술이 만든 영화. 라는 나의 편견은 제작발표 날부터 극장에서 꼭 영화를 봐야만 하는데, 어쩌다보니 볼 영화가 밖에 없었던, 지난 주말까지 확고했다. 시사회초대로 본 전지현의 순전히 이병헌 때문에 본 등 훌륭한 전례를 맛본터라, 의 기대치라는 건 예초에 존재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영화가 끝났을 때, 내 편견은 이상하게. 뭉그러져. 있었다. 뿌린 돈 만큼 화려하고 깔끔한 영상. 음향. 적당한 긴장감과 어색한 유머 튀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 특히 우려와 달리 정지훈은 완벽하.. 더보기
기립박수를 치다 : <디스트릭트 9> ★★★★★ - 2009 첫 five star! 단편작업으로 여염이 없었던 나날에도. 가끔 인터넷에 접속 할 때면, 나의 눈은 홍대 근처 극장 정보, 를 추적했다. 이번에도 때처럼 커다란 상영관에 홀로 앉아 보는 호사를 꿈꾸며. 극장에서 내리는 마지막 날 아무도 없는 심야극장을 찾을 속셈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 하루종일 주어진 뇌용량을 오버클럭하며 작업을 하다가 11시 30분. 스쿠터에 앉았다. 신나게 내달리는 동안 머리는 식었고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엄지를 치켜들었단 말인가. 자정이 가까운 극장은 한산했다. 쾌재를 부르며 극장주처럼 홀로 영화를 보는 상상에 빠졌고 날아갈 듯 상영관 3번으로 들어갔다. 지랄. 나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 더보기
변태하는 쿠엔틴 타란티노 : 바스터스 - 거친녀석들 ★★★★☆ 로 화려하게 등장. 으로 홀리고 로 죽여 버린. 쿠엔틴 타린티노. 최근 들어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제 정상에서 하향곡선을 그리는 감독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21세기에 B급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쿠엔틴. 그는 여태껏 지원군 없이 홀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고 조금은 지쳐보였다. 이런 와중에 의 개봉은. 그의 재반격을 의미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서였을까. 대책없이 터프한 개떼들과 여우같이 노련한 란다 대령을 대동하고 나타난 타란티노는 거침 없었다. 특히 이번 영화를 보면서, 나는 B급 영화 부활자의 변태를 예감 하며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쿠엔틴은 그 괴상한 얼굴로(쏘리 ㅋ) 에일리언이 계속해서 더 강한 변종으로 변하는 것처럼 몬스터가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는 가히 21세기 B.. 더보기
첫 영화의 설렘 : <호우시절> ★★★ 단 한편의 영화만이라도 어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경력이 있는 감독은 행복한 감독이다. 그 한편의 영화에 매료된 관객은 그 후로 그 감독이 어떤 영화를 내놓든 일단 닥치고 보니까. 그런 점에서 허진호 감독은 운이 정말 좋다. , 를 통해 많은 수의 고정팬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후론 한번도 만족하지 못했지만, 나 역시 허감독 영화는 일단 보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누군가 내게 좋아하는 한국 영화가 뭐요? 라고 물으면(별로 좋아하는 질문은 아니지만..) 대충 생각하다가, 를 말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때부터 까지의 허진호 감독의 영화는 그만큼 내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 "허진호의 5번째 로맨스. 처음보다 설레고 그 때보다 행복해" 라는 카피가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정우.. 더보기
날아라 인권 : 날아라 펭귄 ★★★☆ 정동진 독립영화제 때 아쉽게 날짜가 맞지 않아 못 봤던 을 극장에서 봤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제작 지원을 받아 임순례감독이 만든 '쉬운' 인권영화.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인권'이란 말만 들어가면 뭐든 어려워하거나 꺼려한다.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말이 너무 전투적이어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에 임순례감독은 인권이라는 주제를 매우 소소한 일상에서 찾았다고 했다. '이런 것들도 인권문제 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영화는 무분별한 교육에 휘둘리는 아이와 그런 상황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부모들 기러기 아빠(그들의 구분법에 의하면 독수리-기러기-펭귄 아빠 순으로 하위다.ㅋ) 채식주의자, 여성흡연자. 그리고 황혼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아기자기 하게, 그러나 리얼하게 보여.. 더보기
비밀은 연기 : 오펀-천사의 비밀 ★★☆ 오랜만에 공포? 영화를 봤다. 내 기준으론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까웠지만. 섬뜩한 아이의 사진이 주는 포스터 잔상과 영화를 본 지인들의 추천의 힘이 컸다. 억지 비교라는 건 알지만, 극장을 나서면서 스탠리 큐브릭의 이 잠깐 떠올랐다. 어른이 아이를 쫓았다면, 이번엔 아이가 어른을 쫓는다. 광기에 휩싸인 얼굴과 표정들이 오버랩 됐다. 그만큼 의 '에스더'의 연기는 압도적으로 시종일관 관객을 쥐었다 폈다 한다. "정말 에스더가 영화에서처럼 '삐리리'인 거 아니야?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잘 하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너무나 궁금하여 검색하니 이름은 '이사벨 퍼만, 97년 생이다.' -_- 7살 때 연기를 시작했고, 목소리 연기(성우)가 아닌 실제 출연은 이 처음이다! 놀랍다. 미래가 기대되는 연기.. 더보기
한꺼번에 타버리는 것이 낫다 : 라스트 데이즈 ★★★★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어느 특정한 사건에서의 한 인물의 감정, 그리고 그 인물을 둘러싸고 있으나 관계하지 않는 것들에 집착한다. 순차적이진 않지만 , 등의 영화들은 그가 이러한 사건의 인물들의 심리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는 구스 반 산트 감독이 밝혔듯,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의 자살에 영감을 얻어 만든 영화다. 코베인이 자살하기 전 마지막 며칠을 감독은 나름대로의 구성을 통해 특유의 영상미와 음악으로 담아냈다. 특히 나 와 달리 전문 배우인 마이클 피트의 메소드적인 연기는 여러면에서 다른 느낌을 주었다. 피트의 자폐적인 연기는 완벽했다. 심리를 놓지 않고 파고들지만 큰 기복을 보여주지 않는 산트 감독의 동종의 영화와는 달리 는 폭발한다. 이는 커트 코베인의 음악이 갖고 있는 .. 더보기
얽혔지만 풀리는 건 어렵지 않아 : 영화 <누들 > ★★★ 누들의 엄마는 이스라엘에 불법체류 중인 중국인 가정부였다. 주인공 미리는 갑작스레 중국인 가정부가 강제추방되는 바람에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아이를 떠맡게 된다. 하지만 그녀 자신도 삶이 버겁기는 마찬가지. 이미 두명의 남편이 죽어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에, 비꼬기라면 기네스대회 수상감인 별거 중인 언니까지 떠맡아 함께 산다. 누들을 좋아해 '누들'이란 별명을 얻은 아이. 미리를 비롯한 가족은 생면부지에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를 그저 인간애에서 발한 순수한 동정심으로 엄마에게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그러는 동안 그들 스스로도 복잡하게 얽혔던 감정과 오해들을 풀게된다. 영화에서 그런 것처럼 사발안에 얽혀있는 듯 보이는 누들이 후르릅 빨면 미끄러지며 풀리듯 우리가 살면서 안고 있는 갈등과 슬픔도.. 더보기
천연색 세상 비극은 없다 : 룸바 ★★★★☆ 빨강. 초록. 노랑. 파랑. 슬랩스틱. 마임. 룸바. 포기를 모르는 낙천주의 영화 를 대표하는 단어들이다. 얼마전 본 이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에서의 현실적인 유머를 보여줬다면, 같은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의 배우들은, 천연색의 나라에 초현실의 공간에서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슬랩스틱, 생둥맞은 대화로 연거푸 폭소를 터트린다. 룸바를 위해 태어난 듯한 천생연분의 부부, 피오나와 돔. 불의의 교통사고로 피오나는 발을, 돔은 기억을 잃게 되는 비극을 겪게 되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한다. 처음에는 누구도 다리를 잃고 우스꽝스럽게 허우적대는 피오나의 모습에 웃지 못했다. 비극적인 상황을 두고 차마 웃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비극적인 상황이 희화화 되고,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이 춤추.. 더보기
나의 취향 : 레인 - 아네스 자우이 ★★★★☆ 코미디에도 당연히 취향이 있다. 웃기는 건 모두 좋아하는 편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코미디 또는 유머는 눈물이 쏙 빠질정도로 웃다가 마지막에서는 왠지 모르게 서글퍼지는 그러면서도 웃게 되는. 그런 거다. 그런 면에서 은 나의 취향. 이다. 세상과 동 떨어져있지 않고, 억지스럽지 않지만 의외이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상황들. 그런 상황에서도 위트를 발휘하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캐릭터들. 이. 척박해진 가슴을 촉촉하게 보듬어 준다. 장 피에르 바크리는 생뚱맞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전문이다. 중년의 남자도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도 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연기는 실제로도 저렇지 않을까 할 정도로 진짜 같다. 영화 전체에서 풍기는 말랑말랑한 분위기와 경쾌함은 감독이자 주연을 맡은 아네스 자우이와.. 더보기
플라스틱 시티 : 유릭와이. 오다기리 죠. 황추생. ★☆☆☆☆ 나는 오다기리 죠에 끌린다. 시작은 이었고, , , 를 지나서부터 인 듯 싶다. 그후론 오다기리가 출연한 영화는 망설임없이 본다. 그저 그럴때도 있고, 만족스러울 때도 있다. 다양한 시도에 대한 의욕 때문인지 근래 출연한 영화 중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게 많지 않다. 가 지루하고 개성마저 없는 영화로 느껴진건 연출의 문제다. 경력을 보면 유릭와이는 그 저명한 지아장커의 촬영을 오래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아장커의 머리는 보지 못하고 그의 눈만 닮으려 했던 것 같다. 단순한 서사가 형형색색의 장면들을 전전한다. 무게 있는 대사들은 오히려 진부하다. 개성 강한 배우 황추생과 오다기리 죠는 영화에 의미없이 콜라쥬 되어 있을 뿐이었다. 2시간 가까이 되는 영화 동안 건진 건 하나. 키린(오다기.. 더보기
지금, 당신만 좋아요 : <똥파리>,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영화에는 감독의 나르시시즘이 묻어난다. 특히 첫 영화의 경우 냄새는 매우 진하다. 이런 나르시시즘은 심한 경우엔 거의 마스터베이션으로 보일 정도다. 대부분 감독은 영화 제작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자기만족에서 관객과의 소통으로 나간다. 계속해서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그 마스터베이션을 자기만의 색으로 굳히는 소수의 감독들도 물론 있지만. 여기에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고의 일반적인 가치판단은 없다. 관객 개인의 판단이 있을 뿐이다. 는 기대를 많이 한 게 잘못이었다. 여느 때처럼 아무 날, 아무 때에 그냥 극장에 들어가서 봤다면, 흡족해서 나올 영화였다. 너무 많은 정보와 너무 많은 리뷰와 너무 많은 지인들의 이야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기대를 했고, 실망했다. 무엇보다 좋았다던 주인공의 연기가 무엇보다 실망.. 더보기
차가움과 따뜻함 : 렛미인 어렸을 때 나는 겨울이 싫었다. 추위를 신경질적으로 혐오했기 때문이다. 몸이 추우면 굉장히 예민해지고, 감정은 통제불능이 되었다. 겨울마다 세계지도를 보며 적도지역의 나라로 이민을 꿈꾸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코가 쨍하고 울릴 만큼 추운 날에 오히려 기분이 업 될 정도로 겨울을 좋아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몸에 열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추운 날에는 심장에서 더 뜨거운 피가 솟아난다. 팔팔하게 살아 있다는 신호가 수십억 개의 세포로부터 전해졌다. 을 보며 나는 잊고 있던 차가움을 떠올렸다. 발은 시리지 않을까. 손가락이 언 것 같은데.. 추위에 대한 기억들이 되살아날수록 몸은 크게 떨렸다. 영화 속 차가움의 결정체는 엘리였다. 얇은 옷차림에 여린 몸, 창백한 얼굴과 마른 입술, 커다란 눈. 그녀는 얼음과 눈.. 더보기
관객은 마조히스트다 : <카오스> 술을 아주 못 마시는 친구가 있었다.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마치 멕시코산 고추를 한 주먹 씹은 것처럼 불타오르는 친구였다. 오랜만에 그 친구를 만났다. 회사생활 6개월, 신입사원인 친구는 거침없이 맥주를 들이켰다. 얼굴도 붉어지지 않았다. 그가 말하길, 잦은 회식으로 ‘이게 다 술에 내성이 생겨서’란다. 를 보고 나오는데, 그 친구가 떠올랐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를 보면서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나는 아마도 영화 속 반전에 지독한 내성이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나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가 독점하고 있던 반전이 언제부터인가 모든 장르, 심지어 코미디에까지 등장하게 됐고, 관객들은 슈퍼 반전내성을 갖게 됐다. 이제는 말 그대로 ‘웬만해선 그들을 놀래 킬 수 .. 더보기
버켓 리스트 :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않게 하는 단어 "친구" 연기파 배우 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의 출연만으로 영화 는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더욱 연기와 실제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그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심으로 다가온다. 깊어지는 주름만큼 더욱 푸근함과 인자함의 향기가 짙어지는 모건 프리먼. 익살과 아이같은 심술으로 폭탄웃음을 자아내는 친구 같은 할아버지 잭 니콜슨. 두 사람의 버디 무비인 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노인들이 죽음을 앞두고도 버켓 리스트를 통해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사실 현실에서는 영화처럼 6개월 밖에 못 산다는 선고를 '이건희'와 같은 재벌과 같은 병실에서 그것도 바로 옆 침대에서 듣는 건 불가능하다. 혹 그런 일이 일어난 다고 해서 '이건희'가 콜이 카터에게 그랬던 것처럼 죽음이라.. 더보기
스케일에 압도되다 : 명장 (이연걸.류덕화.금성무) 중국 영화. 그것도 오랜만에 이연걸. 유덕화(유더화라고 하드만 요샌). 금성무가 나오는 영화를 봤다. 한 때는 이연걸의 정무문을 따라한다며 흰 난닝구에 수건 목에 두르고 터프하게 세수도 하고 태극권으로 학교 친구들을 정신 사납게 할 정도로 좋아했는데.. 너무나 선이 잘 빠진 금성무의 얼굴선을 흠모하고, 유덕화의 카리스마를 부러워하면서 말야. 언제부터 내가 이들의 안 보게 됐을까. 왜 그런 걸까. 혹시 나이를 먹으면서 저런? 영화를 보는 것이 없어 보인다는 꼴같잖은 생각을 했기 때문은 아닐까. ㅡㅡ; 이연걸과 유덕화 금성무의 얼굴이 하나의 포스터 안에서 길거리에 붙어 팔랑거리는 것을 발견했던 날. 먼 길을 돌아 다시 정겹고 낯익으면서 포근한 고향마을 어귀로 들어서는 기분이었다. 영화 은 청나라 중엽 14년.. 더보기
코드가 맞는다는 것 : 화성아이 지구아빠(Martian child) 나만의 영화 리스트가 있다. 남들에게 보여주지도 추천하지도 않는 그런 리스트. 잘 만들어진 영화도, 스토리가 죽이는 영화도, 배우들의 연기가 경지에 이른 영화도 아니다. 그 리스트에 들기 위해서는 영화를 평가하는 일반적인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영화는 흥행참패라는 영예를 안은 것도 있고, 어떤 영화는 싸구려 감정에 호소하는 영화라는 비평도 들었으며, 어떤 영화는 칼럼리스트들로부터 "올해 내가 본 영화 중 최악"이라는 찬사까지 듣기도 했다.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의 치욕을 받은 작품들도 있지만..ㅎ 그래서 "나만의" 영화 리스트다. 이 리스트에 포함된 영화들은 기분이 우울할 때, 나른할 때,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무언가 복잡할 때, 아무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사는게 버겁.. 더보기
나 쿠엔틴이야. 이거 왜이래? - 슬래셔의 추억 <데쓰 프루프> "이런 영화일 줄 몰랐는데 속았다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지루해서 혼났어요. 같이 간 사람한테 미안해서..." 한국에서 영화 홍보를 잘 못한 탓에 죄없는 쿠엔틴만 비난 바가지. 포스터에서 쿠엔틴의 잘 팔렸던 전작들을 언급하며 뭔가 컬트적이면서도 새로운 스피드~ 액션을 기대하게끔 했으니.. 보급사 잘못 아닌가? ㅋ 마치 영화 나 ? 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쿠엔틴의 명성을 이용한 상술이 훤히 보이잖아. 그러니 쿠엔틴을 좋아하지 않았던 또는 몰랐던 관객들은 배신감에 배신감을 느꼈을 밖에. "이런 쓰레기 B급 슬래셔 무비 같으니!" 하면서 말야. 사실 요런 반응! 제대로 본 건데 말야. 차라리 미국처럼 홍보를 했더라면 괜찮았을까? 요것이 미쿡에서 2007년에 이 영화 개봉시 포스터. 이것이 한국에 붙었다면.. 더보기
차의 맛? 인생의 맛? : 녹차의 맛. 이시이 카츠히토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언제였을까...'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마음 속으로 되물었다.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하루노의 가족들처럼 단조로와 보이지만 행복했던 시간이 내게는 없었던 걸까. 영화가 끝날 무렵이 되자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엄마 아빠와 떨어져 2년여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적이 있다. 영화 속 사치코보다 조금은 더 어렸던 나이였다. 매일같이 일어나면 산으로 들로 뛰어 다니고 한 낮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맞으며 마루에 몇 시간이고 그냥 걸터 앉아 있기도 했다. 겨울에는 꽁꽁언 냇가에서 삼촌이 만들어 준 썰매를 타고 할아버지가 팽팽한 대나무로 멋들어지게 만들어준 방패연을 뒷산에서 날렸다. 문방구에서 산 힘없는 가오리 연을 가진 아이들의 부러운 눈빛들. .. 더보기
하비에르 카마라 슬픈 사랑에게 말을 걸다 : talk to her. 페트로 알모도바르 Hable con Ella (2002. Talk to her. 한국 개봉제목 - 그녀에게) 이야기 하는 남자. 베니그노와 우는 남자. 마르코의 사랑 이야기. 자신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체 식물인간이 된 알리샤를 돌보는 간병인 베니그노와 자신을 떠난다는 말을 하지 못한 체 식물인간이 된 리디아를 돌보는 작가 마르코. 마르코의 눈물을 이해하는 베니그노와 베니그노의 사랑을 이해하는 마르코. 가지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두 남자의 이야기. 2년 전 여름 스페인을 찾은 적이 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그 때 스페인에서 느낄 수 있었던 야릇한 감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피어났다. 태양의 나라 정열의 나라 스페인은 해가 서쪽 땅 아래로 사라질 때 쯤, 붉은 비.. 더보기
첫인상의 유통기한? : Doris Doerrie. 내 남자의 유통기한 그리고 파니핑크 독일에서 온 도리스 되리의 2005년 영화 그대로 번역을 하자면 어부 그리고 그의 아내다. 영어제목도 같다. 그런데 국내 개봉 제목은 이다. 누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에선 이 제목 덕 좀 봤다. 작년 한국 여성 영화제에 상영작이었고 그래서 도리스 되리도 직접 방한했었다. 영화제 행사와는 별도로 독일문화원에서 마련한 영화와 동명인 원작소설 Vorlesung(낭독회- 우리나라에선 좀 낯설긴 한데 작가가 청중 앞에서 책을 읽어주고 또 간단하게 토론 또는 질문을 하는..)에서 그녀를 봤다. 네이버 지식검색하면 나오는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난 그녀는 호탕한 성격에 힘이 넘치는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어쨌든 책은 아직도 안 읽었지만 이제서야 영화를 보게 됐다. 기대를 잔뜩하고서. 이영화는 원 제목대로 .. 더보기
천재적 미친 상상력 : 수면의 과학. 공그리 대마왕 미셀 공드리 아무래도 난 이런 정신 나간 사람들의 영화를 좋아하나 보다. 지금까지 뭐 '딱히 그렇지도 않아'라고 생각해왔는데 조금만 집중해서 내가 맘에 들어하는 영화나 감독들을 하나 하나 찍어보니 분명. 그렇다. 젠장. 정신 병자 같은 ㅡ,.ㅡ 미셀 공구리. 시멘트 공구리의 달인- 이. 아니라 미셀 공드리.;;;;; 프랑스의 유명한 CF 감독으로 기발한 상상력으로 나이키, 코카콜라, 아디다스 등의 광고를 찍었다. 2001년에는 첫 영화 에서 털복숭이 미모의 여자와 소심한 완벽주의자 남자, 학대받는? 정신병자 같은 야성인간이 등장하는 미친 코미디? 영화로 세계를 놀라켰다.;; 그러나 기대하시라. 그건 기성영화판의 개성없는 감독들에게 개미 코딱지 만한 서막의 장송곡에 불과하노니. 2004년.(한국에는 2005년) 기억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