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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영화의 설렘 : <호우시절>




★★★

단 한편의 영화만이라도 어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경력이 있는 감독은 행복한 감독이다.

그 한편의 영화에 매료된 관객은 그 후로 그 감독이 어떤 영화를 내놓든 일단 닥치고 보니까.

그런 점에서 허진호 감독은 운이 정말 좋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를 통해 많은 수의 고정팬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봄날은 간다> 이후론 한번도 만족하지 못했지만,

나 역시 허감독 영화는 일단 보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누군가 내게 좋아하는 한국 영화가 뭐요? 라고 물으면(별로 좋아하는 질문은 아니지만..)

대충 생각하다가,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말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때부터 <봄날은 간다> 까지의 허진호 감독의 영화는 그만큼 내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


<호우시절>

"허진호의 5번째 로맨스. 처음보다 설레고 그 때보다 행복해" 라는 카피가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정우성이라니.

야밤에 집에서 나와, 극장까지 스쿠터를 타고 밤길을 달리는 동안은

카피처럼 "처음보다 설렜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자정 한참 지난 시간 극장 앞에 나와 쌀랑한 바람을 맞을 땐

"그 때보다 행복." 하지는 않았다.


허진호 감독이 다시 <8월의 크리스마스>와 같은 영화를 다시 만들기는 어렵겠지.

그래서 첫사랑이 잊혀지지 않는 것일게고.

뭐 그래도 6번째 로맨스가 나오면 보러 가긴 하겠지.



정우성은 나이에 적응하는 법을 터득한 듯 하다.

변함없이, 그대로, 늘 멋지다.


<호우시절>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는 봄비를 노래한 두보의 시의 한 구절이지만,

가을 밤에 어울리는 영화다.





연출 : 허진호
출연 : 정우성, 고원원, 김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