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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타버리는 것이 낫다 : 라스트 데이즈




★★★★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어느 특정한 사건에서의 한 인물의 감정,
그리고 그 인물을 둘러싸고 있으나 관계하지 않는 것들에 집착한다.

순차적이진 않지만 <엘리펀트>, <파라노이드 파크> 등의 영화들은 
그가 이러한 사건의 인물들의 심리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라스트 데이즈>는 구스 반 산트 감독이 밝혔듯,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의 자살에 영감을 얻어 만든 영화다.

코베인이 자살하기 전 마지막 며칠을 감독은 나름대로의 구성을 통해
특유의 영상미와 음악으로 담아냈다.

특히 <엘리펀트>나 <파라노이트 파크>와 달리
전문 배우인 마이클 피트의 메소드적인 연기는 여러면에서 다른 느낌을 주었다.

피트의 자폐적인 연기는 완벽했다.



심리를 놓지 않고 파고들지만 큰 기복을 보여주지 않는 산트 감독의 동종의 영화와는 달리 
<라스트 데이즈>는 폭발한다.

이는 커트 코베인의 음악이 갖고 있는 특성과 같은 것으로,

단 한번에 내면을 흔들며 순간에 모든 감정이 터져 버리는 무엇이다.

감독은 극 중 커트 코베인을 암시하는 블레이크가

연습실에서 혼자 기타를 치며 death to birth를 노래하는 장면으로 이를 끌어낸다.


짊어지기에는 너무 버거운, 정의 내릴 수 없는 모든 울분을 토해내는

한 인간의 절망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이 시퀀스는 

나의 목 언저리를 뜨겁게 했다.


한 때 너바나에 빠졌던 적이 있다. 20대 였고, 모든게 불안하면서도 역설적이게 두렵지 않았다.

어느 날 그의 음악에서 나왔고 사는게 겁났다.

하지만 나는 커트 코베인이 아니었기에.

정면으로 맞서기 보다 두려움을 외면하려 했고..

살고 있다.


"힘없이 사라져가기 보다는 한꺼번에 타버리는 것이 낫다.."             - 커트 코베인 -





감독 : 구스 반 산트
출연 : 마이클 피트, 루카스 하스

하얀 피부. 긴 금발. 빠져들 듯 깊은 눈. 산트 감독의 미적 취향은 그대로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