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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만 좋아요 : <똥파리>,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영화에는 감독의 나르시시즘이 묻어난다. 특히 첫 영화의 경우 냄새는 매우 진하다.
이런 나르시시즘은 심한 경우엔 거의 마스터베이션으로 보일 정도다. 
대부분 감독은 영화 제작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자기만족에서 관객과의 소통으로 나간다.
계속해서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그 마스터베이션을 자기만의 색으로 굳히는 소수의 감독들도 물론 있지만.
여기에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고의 일반적인 가치판단은 없다. 관객 개인의 판단이 있을 뿐이다.

<똥파리>는 기대를 많이 한 게 잘못이었다.
여느 때처럼 아무 날, 아무 때에 그냥 극장에 들어가서 봤다면, 흡족해서 나올 영화였다.
너무 많은 정보와 너무 많은 리뷰와 너무 많은 지인들의 이야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기대를 했고,
실망했다.

무엇보다 좋았다던 주인공의 연기가 무엇보다 실망스러웠다.
양익준은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조연과 따로 놀았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연기가 싸우고 욕하고 소리치고 우울한 척 폼 잡는 연기 아니었던가.
그건 사춘기 중학생도 제임스 딘 보다 잘 한다.
<똥파리>에서 내가 본 게 있다면 변함없는 신인 감독의 격렬한 마스터베이션뿐이었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독립영화일까, 상업영화일까. 모르겠다.
요즘 경계가 많이 모호해지기도 했고, 영화에 문외한이라.
그래도 CGV 등 큰 상영관이 아닌 비주류 상영관에서 소리 없이 개봉한 걸 보면 대충... 
여튼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 시키는 신민아와 쿨한녀의 대명사 공효진이 한 스크린에 나오는데도
영화는 지루했다.
이야기와 캐릭터는 진부와 극한을 오갔고, 구성은 울퉁불퉁했으며,
반전은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내 자율신경계는 팔뚝의 닭살과 함께 기묘한 메스꺼움으로 반전에 항의했다.
역시 막이 올라가자 부지영 감독의 나르시시즘만 남았다.

나는 독립영화 광팬은 아니지만 빈번하게 텅 빈 상영관을 찾는다.
스크린과 나 사이의 허허한 공간이 감독의 나르시시즘으로 가득 찼을 때, 그 위로 유영하는 느낌이 좋다.
더군다나 그 나르시시즘의 강물이 언젠가 바다에 도착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보일 때는
보물찾기에서 1등이 적힌 쪽지를 찾았을 때의 기분도 든다. 아싸.

<똥파리>와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꽤 간격을 두고 본 영화지만 나름 비슷한 점이 있다. 
남성적인 그리고 여성적인, 마스터베이션.
포스터는 너무 마음에 든다는 것.
아쉽게 보물은 못 찾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