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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박수를 치다 : <디스트릭트 9>



★★★★★ - 2009 첫 five star!


단편작업으로 여염이 없었던 나날에도.

가끔 인터넷에 접속 할 때면, 나의 눈은 홍대 근처 극장 정보, <디스트릭트 9>를 추적했다.

이번에도 <트랜스포머2> 때처럼 커다란 상영관에 홀로 앉아 보는 호사를 꿈꾸며.

극장에서 내리는 마지막 날 아무도 없는 심야극장을 찾을 속셈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 하루종일 주어진 뇌용량을 오버클럭하며 작업을 하다가

11시 30분. 스쿠터에 앉았다.

신나게 내달리는 동안 머리는 식었고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

<디스트릭트 9>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엄지를 치켜들었단 말인가.


자정이 가까운 극장은 한산했다. 쾌재를 부르며 극장주처럼 홀로 영화를 보는 상상에 빠졌고

날아갈 듯 상영관 3번으로 들어갔다.


지랄.

나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의 중간지점을 기점으로 위까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OTL.-_- 돌아갈까.

아냐. 오늘이 마지막 상영날인데 ㅜ

이 영화를 아직도 안 본 사람들이 이리 많다니! 이건 악몽이야.


별 수 있나.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옆에 앉은 커플의 남자인간은 팝콘 大자를 입에 수시로 부어 넣고 씹었다.

그는 손을 사용하지 않았다.

영화 시작. 

나중에 DVD로 다시 봐야겠다는 자포자기한 상태.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5분. 10분이 지나자 내 귀를 향해 날아오던 소음들이 맥없이 뭔가에 부딪혀 나가 떨어졌다.

오. 내게서 아우라?! 가. -_-

암튼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난 전 우주에 혼자 존재하는 듯. 

완전한 몰입상태에서 <디스트릭트 9>을 즐겼다.

중간에 옆 커플의 남자인간이 배가 아프다며 여자를 끌고 나갈 때는 제외하겠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너무 오랜만에 격한 감격을 느낀 나는 좀처럼 일어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엔딩곡이 처연하게 그러나 매우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상영관에서

마침내 일어나. 박수를 쳤다.

가슴이 뜨거웠지만.

청소 아주머니가 뒤에 서 계셔서 울 순 없었다.


하지만 아마도 땡땡 언 새벽 공기를 스쿠터로 가르며 복귀하던 내 헬맷 안 습.;;;;;;;;;;;;;

집으로 돌아와 닐 브롬캠프 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신예감독을 검색하며

<디스트릭트 9>을 잉태한 그의 짧은 단편을 보고
 
그의 아이디어에 놀라고,

제작을 결정한 피터잭슨의 짐승같은 직감에 놀랐다.


3년 뒤 크리스토퍼는 어떻게 지구로 귀환할까.

앞으로 닐 브롬캠프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p.s
이번에 같이 단편작업을 했던 배우가 열올리며 내게 강조했던
닐 감독의 의리.
무명의 샬토 코플리를 무려 주연 캐스팅에 강력히 원했다는 점.
그의 신들린 연기를 보니 닐 감독이 그럴만 할하더라는.
우동씨(가명임을 밝힘) 나도 당신 잊지 않을게요. 뭔 소리야.-_-;;;;



감독 : 닐 브롬캠프
제작 : 피터잭슨(개인적으로 반지의 제왕은 보다가 잠든 게 한두번이 아님;;;)
출연 : 샬토 코플리(비커스), 제이슨 코프(그레이/크리스토퍼 존슨), 나탈리 볼트(사라), 데이빗 제임스(쿠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