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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단편들

빈털털이 인생 원래 가진게 없는 사람은. 뭐 작은거 하나라도 주머니에 들어 있으면.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지고. 하루종일 불안하다. 하지만 그 사람이 무엇보다 걱정하는 건. 주머니에 든 그것이 내 것처럼 여겨지진 않을까. 하는 거다. 왜냐하면 태생에 주어진게 없는 우리 같은 족속들은. 한번. 내 것이라 생각하면. 절대. 놓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머리를 흔들며. 아니라고. 털어 내는 버릇이 있다. 더보기
꿈을 조정한다?! 한동안 꿈을 안 꾸다가 다시 꾸기 시작했다. 나는 1920년대 쯤 영국에서 기관차를 타고 있었다. 두명의 한국인이 나와 동행하고 있었고. 복장은 그 시대 조선 신 지식인들의 그것이었다. 내 옆자리엔 영국 귀부인 하나가 앉아 있었는데, 동양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내게 질문을 해댔다. 나는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 한 것에 대한 부당함을 열변하고 있었다. (국사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된 꿈이었다. -_-; 보통 영어공부에 몰입한다거나 하면 종종 영어로 된 꿈을 꾸기도 하는데. 오늘은 갑자기 왜 내가 영어로 된 꿈을 꾸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 꿈 속에서 한 단어가 생각이 안났고.. 너무 괴로워 하다가 사전을 보고 싶어, 꿈 밖으로 잠깐 이동을 시도했다... 더보기
걷고 있었다 차가운 검은 밤. 후드를 뒤집어 쓰고 집문을 나선다. 입김이 볼을 스치고. 자전거는 넓은 강으로 뻗은 내리막 길을 달린다. 무서운 속도로 길 끝에 이르면 날아가듯 자전거에서 뛰어 내린다. 길에 나뒹구는 자전거를 뒤로 하고. 강 위로 몸을 던진다. 다리 위 철길에 기차가 시끄럽게 지나가는 소리에 정신이 든다. 아무도 없는 철길 옆 다리 위. 아래로 검은 강이 흐른다. 바지 밑 자락이 젖었다. 더보기
나는 우주다 며칠사이 내방은하나의쓰레기우주가됐다. 커다란침대위나를중심으로다양한크기와색깔의쓰레기행성들이비규칙적으로배열하고있다. 가끔나우주가움직인다. 여타다른우주와다른게있다면. 행성들이우주를따라움직이거나일정한간격을유지하며돌지않고나우주가행성사이를요리조리피해다녀야한다는점이다. 조만간이우주를다쓸어버려야겠다. 더보기
기대하지 않으면 되는건데 기대하지 않는다. 차갑고 인간적이지 않아 보이겠지만. 그런 감정 소모. 지쳐버려 싫어. 어떤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려 노력하고 있다. 비록 차갑고 매끄러운 인간이 될지라도. 어쩔 수 없다. 더보기
은행가기 프랭클린다이어리를 보기만 해도 멀미가 날 정도로 무질서한 인생을 사는 나로서도 그저 흘러버린 시간이 아까워 불편함을 느끼는 곳이 있다. 관공서. 은행. 그 곳들은 아무리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가도 가깟으로 일이 처리되는 신기한 곳이다. 대부분의 시간은 그저 멍하니 앉아 모니터를 보거나, 앞에 앉은 대머리 할아버지의 벗겨진 부분의 면적을 계산하는데 소모한다. 오늘도 난. 영업 종료가 다 되어가는 4시가 되어서야 데스크앞에 앉았다. 하지만 인상 좋은 직원 아저씨는 내 카드의 오류를 처리해주지 못했다. 다만 자신은 카드업무를 할 줄 모르며, 카드담당이 몸살감기에 걸려 월차를 냈고, 게다가 오늘따라 사람이 몰려 다른 직원도 바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일 다시 오시면 번호표 없이 바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인상.. 더보기
불현듯 슬픔 잡동사니들이 들어 있는 가방 앞주머니에 넣은 손. 지우개가 잡히지 않는다. 몇 번이나 휘 휘 저어도 말콩하고 작은 지우개가 없다. 늘 거기 넣어뒀는데 늘 거기 있었는데 없다. 오늘 갑자기. 커다랗게 자라나는 지우개가 머리 속에 가득 커다랗게 물 한방울 밑으로 뚝 떨어졌다. 늘 그렇게 있을거라.. 내버려뒀다가 잃어버렸던게 불현듯 생각나 슬픔. 작고 때 묻은 지우개. 우리 얼마나 오래 함께 했는데 미안. 미안. 미안. 불현듯 너도. 내가 그래.. 더보기
유머가 늘 실없는 농담인 것은 아니다 "유머가 늘 실없는 농담인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생애의 허망함과, 이 허망함에서 오는 비애와, 이 비애에도 삶을 긍정하려는 여유가 있다. 그것은 그 어떤 슬픔도 여기 살아 있는 기쁨을 대치할 수 없음을 나타낸다." - 2009. 8. 18. 경향신문 칼럼 문광훈 교수 글 中 - 더보기
혼자 살 수 없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고 누군가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주 혼자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by Herr Q 더보기
정리가 찾아 온 날 흐리멍텅하던 머리 속이 어느 순간 갑자기 정리될 때가 있다. 이런 순간은 예고없다. 오늘 아침 나는 두더지님 방바닥에서 달아나버린 잠의 흔적을 구차하게 부여잡고 누워 있었다. 이불 속에서 바로 앞에 놓인 검은 페인트 아래 나무결이 드러나는 TV 다이를 그저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몸을 뒤척이며 돌렸을 때 맞은 편 벽에서 틈을 비집고 들어온 작은 햇살 조각을 발견하곤 '아 다 정리됐구나'고 혼자 중얼거렸다. 가슴은 가벼웠고 머리 속은 깔끔했다. 길지 않은, 짧지 않은 동면이었다. 거리의 차 소리들은 매번 빛을 실어 내가 누워있는 창문 너머로 따뜻함을 넘겼다. 황금빛 따뜻함이 벽에서 천장으로 번지면서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나는 일어나 창가로 갔다. 블라인드를 타고 넘실거리는 빛 때문에 마치 거리는 한여름 .. 더보기
홍대에 비가 내리면 홍대에 비가 내리면 우산을 들고 거리로 나가 투두둑 빗방울이 우산위로 떨어지면 마음 속 저 아래 낮은 곳 먼지 자욱한 곳에서 슬며시 올라오는 지나간 사랑의 설레임 비에 젖은 거리는 예전 모습으로 뒤바뀌고 내 앞에 그녀는 웃으며 서 있네 홍대에 비가 내리면 우산을 들고 거리로 나가 싱그러운 비 냄새가 얼굴을 두드리면 텅 비었던 가슴 한 켠 차가운 곳에서 따스하게 전혀지는 내 행복했던 그 날들 비 소리는 어느새 그녀의 흥얼거림으로 나는 잡은 작은 손을 가만히 흔들어보네 홍대에 비가 내리면 우산을 들고 거리고 나가 홍대에 비가 내리면 홍대에 비가 내리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