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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가기


프랭클린다이어리를 보기만 해도 멀미가 날 정도로

무질서한 인생을 사는 나로서도

그저 흘러버린 시간이 아까워 불편함을 느끼는 곳이 있다.

관공서. 은행.

그 곳들은 아무리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가도

가깟으로 일이 처리되는 신기한 곳이다.

대부분의 시간은 그저 멍하니 앉아 모니터를 보거나,

앞에 앉은 대머리 할아버지의 벗겨진 부분의 면적을 계산하는데 소모한다.


오늘도 난. 영업 종료가 다 되어가는 4시가 되어서야 데스크앞에 앉았다.

하지만 인상 좋은 직원 아저씨는 내 카드의 오류를 처리해주지 못했다.

다만 자신은 카드업무를 할 줄 모르며,

카드담당이 몸살감기에 걸려 월차를 냈고,

게다가 오늘따라 사람이 몰려 다른 직원도 바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일 다시 오시면 번호표 없이 바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인상좋은 아저씨는 송구스러운 얼굴로 미안함을 표시했다.

뒤에서는 한 40대 남자손님이 곧 영업마감인데 일을 빨리 처리하라며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그러죠. 뭐. 그러죠. 그러죠. 하면서 은행을 나오는데.

이런 생각에 화가 슬그머니 났다.

'이래저래 1시간을... 난 그곳에서 뭐한거지..?'


내일은 얼마나 여유롭게 가야할까. 몸살걸린 직원은 내일 출근할까.

아 정말 가기 싫다. 은행.
차라리 치과 원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