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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3년차가 말하는 복싱



지금은 몸 여기저기가 조금 고장나서 쉬고 있지만, 나는 복싱 3년차다.

복싱은 상당히 과격한 운동이다.

링 위에서 상대를 쓰러트려야하는 격투기다.

때문에 복싱을 오래, 애정하며 하다보면 몸 여기저기에 적신호가 온다.

허리, 무릎, 어깨 관절에 이상이 오고 늘 근육통에 시달린다.

그것이 복싱이다.


요즘에 복싱을 생활체육으로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시작은 그랬다.

언론에서 다이어트에 좋다며 복싱을 소개하기도 하고,

실제로 많은 복싱체육관에서는 생존을 위해 또 복싱의 새로운 돌파구를 위해

생활체육으로서의 복싱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적당한 이슈가 되었고,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체육관을 찾고 있다.


내가 다니는 대성체육관은 홍대에 있다.

홍대라는 특수한 지역에 있으면서도 우리 체육관에는 나름 예전 방식을 고수한다.

다이어트를 위한, 여성을 위한, 직장인을 위한, 어린이를 위한, 이런 코스나 강의는 없다.

애들부터 아저씨까지 누구든 오면 줄넘기부터 하고, 기초스텝과 원투동작으로 몇 달을 간다.

6개월 전까지는 감히 링에 오르지도 못한다.(요즘은 많이 타협해서 3-4개월 정도로 낮춘 듯 ㅋ)

관장님이 쿨하면서도 굉장히 고지식하다.

그렇기에 다이어트를 위해, 적당한 건강을 위해 온 사람들은 대부분 2-3개월이면 보이지 않는다.

대신 10명에 1명 정도 6개월을 넘긴 사람들은 중간에 잠깐씩은 쉬어도 절대 복싱을 끊을 수 없게 된다.

취미로 시작해서 뭔가 본격적이 되는 것.

위험한 것들은 대체로 중독성이 강하다. 복싱의 매력 역시 그것에 있다.


언론에서 말하는 복싱의 다이어트 효과에 대해 내가 느낀 바로 말하자면,

복싱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살이 잘 빠지는 건 아니다.라는 것이다.

복싱하면 TV 등 미디어에서 잠시 비춰지는 고된 훈련을 하는 선수들을 떠올리는데,

그건 정말 선수들이나 하는 거고, 체육관에 다니는 어떤 일반인에게도 그렇게 운동을 시키지 않는다.


복싱은 고독한 운동이다.

가면 관장님께 인사하고, 혼자 줄넘기 하고 스텝 뛰고, 새도우하고, 샌드백치고, 웨이트 조금하고 줄넘기 하고, 관장님께
인사하고 돌아온다.

처음에는 그 사이사이에 스텝이나 펀치를 알려준다. 그리고 또 혼자 연습이다.

TV에서처럼 빡세게 운동시키고 못 먹게 하고 하는거 절대 없다.

다만 복싱을 오래하면(최소 6개월 이상) 체중이 본인에게 적당하게 맞춰지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엔 약간 마른 편이라, 운동을 하면 살이 붙는다. 운동과 함께 많이 먹게 되기 때문.

반면에 약간 비만인 사람은 살이 빠진다.

막 많이 찌고, 많이 빠지고 하는게 아니라, 적당하게 찌고 빠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체형은 건강해진다. 과격하기에 다치는게 많아서 그렇지.

음 이건 우리와 같은 체육관에 한해서라고 해야겠다. 요즘엔 '적당히 타협한' 체육관도 많다고 하니까.


살 빼는 건 TV에서 보듯이 정말 간단하다.

안먹고 계속 운동하면 된다. -_-

복싱선수들이 시합을 앞두고 살을 빼는 건, 다이어트 하는게 아니라 체급을 낮추기 위해서다.

평소에는 자신에게 맞는 체중으로 지내다가, 시합이 잡히면 체급에 맞게 체중을 조절한다.

찌워서 체급을 올리거나, 빼서 낮추는 것이다. 대부분 빼서 낮춘다.

이유는 헤비급을 빼고 복싱에선 스피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체급을 올리면 몸이 둔해지지만, 빼면 원래 파워에 스피드가 붙는다.

그렇기에 시합 한달 전이 되면, 살을 빼기 시작한다.

우리 체육관에도 선수들이 있는데, 보면

하루에 한끼만 백반으로 먹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어라 운동만 한다.

그것도 매우 과격하게. 살이 쭉쭉 빠질 수 밖에 없다.

시합 끝나면? 금세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간다.


하나의 스포츠로서 복싱은 정말 매력적이고 추천할 만하다.

다만 다이어트 등 기타 다른 목적으로 한다면 금방 지루해하고 효과도 없다며 그만 둘 수 밖에 없는 스포츠다.

아니 복싱 뿐 아니라, 세상 어디에도 며칠만에, 고작 한두달만에 살을 쏙 빼주는 운동은 없다.

있다고 하는 놈 있으면 그 새끼 나한테 데려와봐. 나도 살 좀 빼게.

여기 살 빼러 오는 곳 아니야. 존 말 할 때 그냥 가. 알았지? 

체육관에 상담와서 '살 많이 빠지나요?'라고 묻는 사람에게 우리 관장님이 하는 말이다.

저런 새끼들이 나중에 살 안 빠진다고 사기라고 소문내고 다닌다니까.

역시 관장님 말씀이시다.

so cool.


그나저나 나도 얼른 몸 추스려서 다시 나가야겠다. 아우 신나.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