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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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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잘 마시고 싶지만 카페인 민감형인터라 집에서 커피를 내려 먹는 일이 거의 없다. 하루에 한잔 정도 마시는거 기왕이면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마시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하고. 만나는 친구가 커피를 좋아해서 요근래 아침이면 이렇게 커피를 내려주는데 꽤 즐겁다. 이번 주말 그 사람이 부모님댁에 가게 되어서 그동안 먹으라고 빵을 사준 것도 있고, 혼자 커피를 내려 보았는데 역시나 기쁘게 커피를 마셔줄 사람이 없으니 재미가 없다. 두달이 넘어가는 동안 매일 만나다가 이틀을 못 보니 허전하다. 그렇다고 매일 특별한 뭔가를 하였다기 보다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거나 시간이 좀 더 되면 같이 밥을 먹거나 하는 서로의 일상에 공유되는 시간을 늘리고자 했던 것 같다. 예전의 나는 연애를 해도 일주일에 하루 또는 이틀 보는게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람이었다. 같이 있으면 좋지만, 한편으로 불편했다. 내 삶에 누군가가 지분이 있는 듯 행동하는게 싫었다. 사람은 변한다. 아니 사람은 근본적으로는 쉽게 변하지 않지만, 상황과 경험에 의해 또는 어떠한 알 수 없는 것들의 총체로 인해 삶을 대하는 가치가 달라진다. 그도 아니면 '그저 타이밍이 그래서' 바뀔 수 있다. 아무튼 요즘의 나는 그 사람과의 삶의 공유가 즐겁다. 내가 내려주는 밋밋한 커피에도 감동하고 고마워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건 정말 멋진 일이니까.
#커피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