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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현실 : 4개월 3주 그리고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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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판 포스터


2007년 회갑을 맞은 칸의 선택. 황금종려상 수상작.

개인적으로 롱테이크 기법의 영화를 좋아한다.
첫째 생동감 때문에 둘째 흔들리는 화면으로 인해 더 집중해서 보게 되므로
롱테이크라고 해서 모두 흔들흔들 거리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롱테는 인물들을 쫓아다닌다.

영화가 주려는 메세지가 불안, 긴장, 두려움, 초조함을 바탕으로 할 경우 감독들은 롱테이크를 고려하게 된다. 그러나 쉽게 롱테이크 기법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잘못하다간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멀미를 하게 만들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멀미에 질려버린 관객들에게 영화의 메세지 자체를 전할 수 조차 없기 때문이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는 귀미테를 붙여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예전에 영화관련 교양 수업을 들었을 때 교수가 보여준 "노골적인 롱테이크" 영화를 볼 때는 정말 토하는 줄 알았으니까.

1987년 루마니아의 독재정권 시절을 배경으로 불법낙태를 시도하는 두 여학생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줄거리다.

불법낙태시술을 받기 위해 준비하기에서부터 "그것"이 밖으로 나오고 "처리"하고
그제서야 레스토랑에서 한숨 돌리기 까지 오직 한가지 이야기를 감독은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롱테이크는 두 여자의 불안하고 초조한 심리, 그리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절박함과 무언가에 대한 억눌린 분노를 마치 실제상황을 보듯 느끼게 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처럼..

영화를 보는 동안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낙태, 이거 우리나라도 불법 아닌가? 혹 내가 모르는 사이 낙태가 허용됐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직 우리나라도 "모자보건법"에 의해 허용되는 예외만을 제외하고는 낙태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외는 강간에 의한 임신, 산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 등등)

그렇다면,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87년 루마니아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이 똑같이 낙태를 불법으로 하고 있는데 왜 난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해서 불편하고 답답한 마음을 가지게 됐을까?
마치 우리나라는 안그러는데..하는 마음과 함께.

이것이 나의 두번째 의문이었다.

그건 아마도 1987년 루마니아는 낙태는 불법이라는 사실 말고도 다른 사회적인 억업이 존재했기 때문이 아닐까.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낙태금지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불법낙태시술을 둘러싸고 등장인물이 느끼는 심리를 통해 당시의 루마니아의 사회적인 불안감과 억업을 이야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이 낙태를 불법으로 하는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마치 이 영화를 전혀 상관없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테고..
적어도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쓰잘데기 없는 말만 해댄다고 면박주고 탄핵까지 할 수 있을 만큼 민주주의 국가가 됐으니까.

바로 이 점이 칸의 회갑연에서 최고 상을 받게된 이유라고.
나만 생각한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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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판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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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포스터


개인적으로 한국어판 포스터가
가장 아주 최고로 허접하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