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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 마지막 한 걸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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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개봉한 독일영화 <마지막 한 걸음까지: 독일원제-'걸어서 갈 수 있는 한 멀리'정도 돼겠다>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많은 논란이 됐었던 소련에 포로로 끌려간 독일군에 대한 영화다.

주인공 클레멘스 포렐은 전쟁 막바지에 소련으로 투입됐지만 곧 전쟁이 끝나고 소련에서 진행된 전범재판에서 강제징역 25년형을 선고받는다.

춥고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기차를 타고 포렐을 포함한 독일포로들이 도착한 곳은 시베리아 대륙의 가장 끝에 위치한 한 탄광의 수용소다.(지도상으로 보면 경도상으로 대한민국보다 더 동쪽)

독일까지는 적어도 만 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포로들은 좌절한다.
하지만 포렐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탈출의 기회을 노린다.
그리고 약 3년여간 수용소장과 포렐의 쫓고 쫓기는 여정이 시작된다.

몇 몇 평론가들은 시베리아 끝에서 이란까지 만 여킬로가 넘는 거리를 도망치는 포렐을 통해 자유를 향한 인간의 강한 의지를 영화가 보여준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자유에 대한 의지보다는 그의 귀소본능에 영화가 더 초첨을 맞추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수용소에서 탈출한 포렐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위기 때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는 원하는 것 없는 착한? 사람들. 심지어는 에스키모족?의 주술사의 도움으로 기적처럼 살아나는 등등)
여러번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까지도 소련의 국경을 넘고자 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라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포근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자 한 회귀본능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자유롭고 싶어서였다면 포렐은 굳이 국경을 넘어 독일까지 가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들에게는 귀소본능이란 것이 있다.
특히 지금은 많이 약해졌지만 수천년동안 집단생활을 하고 가족공동체를 유지해왔던 인간에게
집이 갖는 의미는 현실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가 낯선 곳을 여행하거나 타지에서 생활하는 동안 늘 나를 반겨주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은 큰 힘이 된다.

이 영화에서 우리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대장정의 길을 걸어온 포렐을 통해 집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되새겨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때문에 집으로 돌아 오기까지 약10년,
도주기간만 3년의 극적인 서사를 될 수 있는 한 많이 다루려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모든 여정을 다루려다보니 포렐을 도와주는 사람들의 등장과 그 과정 등이 어색할 수 밖에 없었고 전체적으로 영화의 흐름 또한 불규칙해 관객들이 감동할 타이밍을 놓치게 한다.
또한 몇 장면들은 작위적으로 보이기까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 장면만으로는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장면들이 있다.
그 유명한!! 장엄한? 강 위로 위태롭게 놓여진 소련과 이란의 국경의 다리에서
마침내 수용소장과 포렐이 운명적인 대면을 하는 장면과,

마지막에 드디어 집에 도착한 포렐이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집의 창문을 통해 사랑하는 가족들을 들여다보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