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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나이테


나무가 잘려나가는 것을 봤다. 두꺼운 껍데기 안 잘려진 살 위로 동글 동글 세월의 흔적이 드러났다. 나무도 나이를 먹는다는 걸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사람처럼 나무도 나이를 먹는다. 매 순간 살기 위해 숨 쉬고, 마시며, 종족을 번식한다. 그냥 모두 같은 동그란 띠처럼 보이지만 나이테는 나무가 살아온 삶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굵고 가는, 곧고 휘어진 나이테에는 나무가 겪었던 순간순간이 모두 기록되어있다. 좋고 즐거운 순간만이 아니라 슬프고 절망스러운 순간도 빠짐없이 들어있다. 그 것이 견디기 힘들었던 고통의 순간이었다할지라도 삶이라는 큰 여정의 나이테에서는 모두 의미있기 때문이다. 

나무처럼 나이를 먹는 사람에게도 나이테가 있지 않을까.
우리가  매일 의미 없다고 스쳐 보내는 시간의 흔적도 나무의 나이테처럼 안으로 켜켜이 쌓여가는거라면 ?

만약 그렇다면, 우리에게 의미없는 순간이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