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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원의 숲 : 나이스의 숲 - 퍼스트 컨택트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이스의 숲은 종합선물세트다.
아사노 타다노부, 이케와키 치즈루, 카세료. 여기까지만 들어도 닥치고 영화 시청이다.

거기에 개성있는 테라지마 스스무, 굵직한 조연의 안노 히데야키의 이름까지 나오면 파블로프의 개 마냥 침을 질질 흘리게 되리라.

그러나 나이스의 숲 (Naissu no mori)은 이시이 카츠히토의 영화다.
위에서 언급한 배우를 모두 잘 알고 있다고 해도 감독인 이시이를 모른다면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넘기지 못하고
중간에 꺼버릴 것이 분명하다.

이시이를 모른다면,
누군가는 지루함에 주먹으로 벽을 쾅쾅 칠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어색한 장면들의 부조리한 붙임에 멀리를 하다 토를 할지도 모른다. 먹던 콜라가 체할 수도 있다.

이시이 카츠히토와 이시미네 하지메, 미키 슌이치로 2명의 감독이 함께 만든 옴니버스 영화지만
아직은 덜 알려진 나머지 두 명도 이시이와 같은 부류?의 감독이다.

논리적이고 자유민주주의적이며 궤도에서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사람에게 이 영화는




같은 영화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 이후 이전에도 꾸준히 자신만의 5차원 세계를 구축했던 이시이 감독을 알고 있다면 
대폭소는 아닐지라도 몇 번은 낄낄대고 몇 번은 "오~~" 감탄도 하며 즐길 수 있다.

옴니버스지만 차레차레가 아니라 뒤죽박죽으로 나오는 영상 속에
그리고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캐릭터들과 괴상한 소품 생경한 음악이 콜라쥬 되어
신나는 이시이 월드를 이뤄낸다.

이시이 초보에게는 가장 최근 영화이자 가장 대중 친화적이었던 영화 <녹차의 맛>을 먼저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앞에서 언급한 스타급 연기자 외에 이시이사단의 맛깔나는 조연들이 눈에 속속 들어오는 재미를 더 누릴 수 있다.

세상에 훌륭한 타고난 영화감독은 정말 많다. 
하지만 데뷔부터 가장 최신까지 자기만의 색을 가지고 있는 감독은 드물다.
그가 만든 영화라면 어떤 영화라도 감독을 모른 상태에서 알아챌 수 있는 그런 진한 색을 가진 감독들.

언뜻 생각나는 이름은 우리나라 김기덕, 홍상수, 허진호..
또 미셀 공드리, 이시이 카치히토, 미키사토시, 이와이 슌지, 구스 반 산트 등등.. 등등..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건 색을 가졌다는 게 "훌륭하다" 거나 "천재적이다" 거나 또는 "위대하다" 와 통하는 의미가 아니라 이런 말들과 같은 줄에 서 있는 하나의 수식이라는 점이다.

영화를 볼 때면 어떤 감독은 정말 천재인 인것만 같은 적도 있고, 어떤 감독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그런 영화를 좋아하고 즐겨보고 추천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냥 개인적 취향의 감독을 꼽아보면 언제나 어김없이 내 손에는 색이 진한 감독들이 꼽혀있다.
김기덕과 홍상수 색은 싫지만,, 프하하하하하하;;;;;;;;;;;;;;;;


기타브라더스-ㅋㅋㅋ



나이들수록 어려지는 카세료



와우 배우의 발견! 니시카도 에리카


좋아하는 이케와키 치즈루를 제치고 영화내내 눈을 사로잡았던 니시카도 에리카. 혼혈인 듯 한데,.

일본인 혼혈은 지상최고의 미인이라는 속설이 거짓이 아니었구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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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의 숲>감상 후기 속편 - 일기장 편

냉장고에 있는 유통기한 10일 지난 아직 뜯지도 않은 팽팽히 독이 오른 1리터 우유팩을 생각하고 있었다. 현금지급기에 돈이 부풀어 있다고 착각했지만 나는 홍대의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아니 목적이 있었던 배회였다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감지 않은 머리에 둘러진 헤드폰에서 잠에서 막 깬 금발의 깡마른 불량기 있는 눈빛의 백인 청년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그런거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갑자기 눈 앞에서 한 고등학생이 하늘로 붕 날았다. 몇 미터 날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차들이 서고 사람들이 소릴 질렀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그런거야. 바닥에 엎드려 있던 학생이 벌떡 일어나더니 몇 걸음 걸었다. 그리고 픽 쓰러졌다. 나는 주머니에 만원짜리를 꽉 쥐었다. 냉장고에 우유보다 더 오래된 8개월된 날달걀이 있다는 게 생각났다. 동그란 홈에 일렬로 늘어선 달걀은 8개월 동안 그곳에 있었다. 냉장고를 열 때마다 하루씩 유통기한은 지나갔다. 빵을 사러 나왔었다. 남자가 학생을 태우고 황급히 떠났다. 사람들은 스르륵 사라졌고 차들은 다시 달렸다. 꿈에서 땀을 흘렸던 기억이 났다.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이마를 닦았다. 빵을 사야겠다고 나선건 꿈 속에서 였나. 현금지급기가 말했나. 깡마른 금발의 백인청년이 먹고 싶다고 했나. 차에 치인 학생이 먹고 있었나. 냉장고 속에 유통기한이 지난 식빵이 있었나.